잘 생긴 글자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어도 뭔가 2% 부족함을 느낄 때, 그 이유를 파고들어보신 적 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서체에서 그 2%를 찾게 되곤 합니다.
그렇게 이미지에 맞는 서체를 고르는 것 역시 디자이너의 디자인감각에 따라 좌우되겠죠. 어떤 서체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전체 이미지는 바뀌어버리게 됩니다.
서체에 따라 진중한 느낌을 주게 되기도 하고, 가볍고 발랄한 느낌을 주게 되기도 하고,
자칫 잘못했을 경우 디자인과 따로 놀아 이질감,
심하면 불쾌감을 주게 만들기도 하고 말이에요.
서체가 특정한 테마를 연상시키는 정도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좀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아주 오래된 고전 영화를 볼 때 등장하는 자막의 모양이라든가,
타이틀에 사용된 서체만 봐도 호러 영화임을 짐작할 수 있다든가 하잖아요.
물론 그런 서체들이 특정한 시대나 장르와 연결되는 것은
오랫동안 그런 장르에서 폭넓게 쓰여왔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타이포그래피가 미치는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로고 문자 디자인을 의뢰할 때 그 문자에 시각적인 의미를
잘 부여해줄 수 있는 작업자를 찾아 헤맨답니다.
타이포그래퍼이자 시인인 로버트 브링허스트가 한 말로 오늘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타이포그래퍼가 하는 작업의 본질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데 있다.
문장의 분위기, 템포, 논리적 구조, 물리적인 길이,
그 모든 것이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무대감독이 각본을 마주하듯,
음악가가 악보를 마주하듯,
타이포그래퍼는 문장을 마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