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와 공간
잘 지내셨나요?^^
아침까지만 해도 바람이 몰아치고 하늘이 흐릿하더니, 점심시간이 막 지난 지금은 햇살이 아주 좋네요.
지난 시간 말미에 제가 ‘형태와 숙명적인 관계를 갖는 공간’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기억하시나요?
오늘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죠.
어떠한 형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공간입니다.
사실 공간이란 3차원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일단 우리는 시각디자인 영역에서 주로 기능하는 2차원의 공간,
즉 평면을 놓고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자, 다시 형태와 공간의 숙명적 관계로 돌아가서 보실까요.
여기에는 좀더 신기한 이야기가 하나 숨어 있지요.
‘형태’를 존재하게 하는 ‘공간’ 역시 어떠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형태-공간-형태로 순환되는… 아,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 같지요?
간단한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나무 한 그루의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인화하면 한 그루 나무의 형태가 등장할 겁니다.
그 형태는 어디에 존재할까요?
그렇습니다. 사각형(일반적으로)의 인화지 위입니다.
인화지가 가진 사각형의 포맷, 이것이 바로 ‘공간의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공간의 형태는 왜 중요할까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놓여있는 사물의 형태만 볼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공간이 어떻게 생겼든 무슨 상관이 있지?’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길쭉하고 좁은 직사각형 인화지 위의 한 사람과, 넓적하고 가로로 긴 직사각형 인화지 위의 한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세로로 긴 공간은 시선을 위 아래로 동시에 유도하기 때문에 대상을 길어보이게 하며 상하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반면 가로로 넓은 공간은 차분한 인상을 주며 옆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형태라도 배경이 되는 공간에 따라 아주 다른 느낌으로 인식이 된다는 거지요.
이것도 일종의 인체의 신비랄까요?^^ 인간의 시각, 곧 뇌는 그렇게 형성되어있나 봅니다.
형태와 공간의 관계… 이미 꽤 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형태와 공간 사이에는 참으로 심오한 세계가 있어서, 앞으로도 여기에 대해 한두 번쯤은 더 얘기를 나누게 될 것 같네요.
그럼 오늘은 이만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시간까지 또 기다려 주실거죠?:)